'김종원의 진짜 부모 공부' 에서

MKDIR_LIFE ㅣ 2024. 1. 6. 12:38

블로그를 여기 저기 떠돌다 마음에 드는 글이 있어서 가져와 봅니다.
부모가 되는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. 아이를 키우면서도 한번씩 당황스러운 일이 생기곤 하죠.
언젠가 아이에게 '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 잘 못해..' 라고 얘기하기도 했었습니다.
김종원 작가님 글을 읽다가 같은 마음이었던 대목이 나오니 뭉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.


아이를 가지고 난 후 남아있는 기억들과 감정은 저를 특별하게 만들었습니다.
행복한 시간이었고, 남아 있는 이 시간이 소중합니다.


다 보고 싶네요.

 



그 시절 나는 아이 앞에서 왜 화만 내면서, 작은 네 마음 아프게만 했을까?

너와 어릴 때 놀았던 놀이터를 지날 때면 언제나 그 아름다웠던 시절 생각이 나.

아장아장 걷는 작은 너를 바라보며 “대체 넌 언제 크냐?”라고 말하던,

봄날처럼 빛나는 시절이 내게도 있었지.

그때는 그 빛이 봄이라는 사실을 나는 왜 바보처럼 하나도 몰랐을까?

그저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 바랐을까?

 

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간과 공간, 눈을 감아도 보이는 너와의 추억.

동네 골목을 지나가다가 그 시절 너처럼 작은 아이가 부모님께 혼나는 모습만 봐도,

화를 참지 못하고 너를 혼내던 내 모습이 생각이 나.

그때 난 왜 그렇게 널 혼냈던 걸까?

잘하려고 그러던 너를 왜 아프게 하고, 일어서려던 너를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다고

남들보다 느리다고 왜 타박하기만 했을까.

 

이제 내가 안을 수 없을 정도로 커버린 너, 같은 침대에서 같이 잘 수 없게 된 너,

내 품에 꼬옥 안기던 작은 네가 그립다.

그 숨소리, 향기, 작은 움직임까지도…

내게 혼나는 그 순간순간마다 뒤돌아서서 너 얼마나 아파했을까.

상상만해도 가슴이 답답해서 터질 것만 같아.

그 작은 가슴이 얼마나 뛰고 힘들었을까.

 

가끔 새벽에 그때 그 시절 너를 꿈에서 만나서 반가운 마음에 달려다가가 깨어나곤 해.

그 시절의 네가 얼마나 그리웠으면 다시 돌아가 더 잘해주고 싶다고,

이번에는 덜 화내고 더 사랑하고 싶다고, 그렇게 새벽에 깨어나 혼자 울기도 하지.

내게서 온종일 떨어지지 않고 붙어서 살았던 너를‘엄마 껌딱지’라고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이

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나 이제야 비로소 알겠어.

 

그때는 네가 이렇게 빨리 클지 몰랐지. 그저 하루하루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,

아무것도 몰라주는 네가 가끔 미웠고,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은 마음도

미안하지만 아주 가끔 들었단다.

내 인생은 어디에 있는 걸까? 이 모든 게 사라지는 게 아닐까 생각했지.

그런데 그게 아니었어.

나를 스친 시간은 그대로 너에게 가서 네 눈동자와 마음에 그대로 쌓였으니까.

너를 보면 마치 거기에 내가 있는 것 같아.

 

빼듯한 살림이지만 아끼고 또 아껴서라도 너에게 조금 더 잘해주고 싶었는데,

그땐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단다.

미안해, 정말 미안해.

사랑해도 그 마음만으로 충분하지 않더라. 나도 부모가 처음이라 많이 두렵고 아팠어.

최선을 다했는데 왜 이렇게 또 자꾸만 미안하고 또 후회가 되는 걸까?

 

시간을 돌려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우리 하루종일 출석하듯 드나들던 그 놀이터에서

네가 지쳐서 집에 가자고 할 때까지 놀아보자. 내가 정말 약속할게.

이번에는 집에 가자고 재촉하지 않을 거야. 그리고 밤에도 빨리 자라고 재촉하지 않을게,

네가 지쳐서 잠들 때까지 옆에 누워서 예쁜 네 미소 마음에 담고 있을게.

너는 네가 잠들고 싶을 때 편안하게 자면 돼.

 

정말 미안해,

사랑스러운 내 단 하나의 보물. 내가 태어나서 가장 잘 한 일,

내 삶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일은 너를 만나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일이지.

할 수 있다면 흐르는 세월을 붙잡고 싶은데, 이제는 조금 천천히 크렴.

조금 더 오래 지켜볼 수 있도록.

조금만 더 오랫동안 사랑할 수 있게.



'김종원의 진짜 부모 공부' 에서 https://blog.naver.com/yytommy/223206500616